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인생
2009/04/27 00:21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야. 어느 날, 딸애를 데리고 빵집에 갔어. 내가 딸애랑 빵집에 같이 가는 건 드문 일이었어. 그 애의 손을 잡는 것도 드문 일이었고, 그 애랑 단둘이만 나가는 것은 더욱 드문 일이었지. 일요일 오전이었지 싶어. 빵집에 사람들이 많았지. 딸기 케이크를 사는 사람들도 있었고, 크림 케이크를 사는 사람들도 있었어. 바게트를 사고 빵집 문을 나서는데, 딸아이가 바게트의 꽁다리를 떼어 달라고 했지. 갓 구운 바게트의 고소한 꽁다리를 먹고 싶었던 모양이야. 나는 거절했어. "지금은 안돼, 나중에 식사할 때 줄게." 하고 대답했지.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식구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모두 식탁에 둘러앉았어. 대부분의 소박한 가정에서 그렇게 하듯이, 가장인 내가 빵을 잘랐지. 나는 딸아이에게 한 말을 잊지 않고 있었어. 내가 약속한 것을 지키고 싶었지. 그런데 내가 딸애에게 바게트 꽁다리를 건네주자, 딸애는 그것을 제 남동생에게 주어 버렸어.
"아니, 너 아까 그거 먹고 싶다고 했잖아......"
"아까는 먹고 싶었어요."
아이는 냅킨을 펼치며 그렇게 대답했어.
나는 다시 권했지.
"맛은 똑같애. 아까 네가 먹고 싶어하던 것하고 똑같은 꽁다리야......"
"고맙지만 사양하겠어요."
그러면서 아이는 고개를 돌렸어.
나 이제 자러 간다. 네가 그러고 싶다니까 너를 어둠 속에 그냥 두고 가마. 하지만 불을 끄기 전에 한 가지만 묻고 싶구나. 너한테 묻는 것도 아니고 나 자신에게 묻는 것도 아니다. 나의 삶을 지켜본 여기 이 가구와 목재들에게 물어보고 싶구나.
"그 고집스런 딸아이는 좀더 행복한 아빠랑 살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4년쯤 전에 '바람의 키스' 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보았었다. 최근에 느닷없이 연극이 보고 싶어져서 이것 저것 찾아보다가 문득 예전 생각이 나서 서점에 들러 원작 소설을 들고 나왔다.
삐에르 역을 맡았던 배우 윤주상은 자신에게 마틸다 같은 여인이 다가왔다면 함께 떠났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같은 질문을 당시의 나 자신에게도 던졌었다.
오늘 발견한 것은 그때의 내 대답과 지금의 내 대답이 다르다는 것이다.







Textcube 1.8.5 : Accelerando